종업원 지주제로 기업성장의 길 찾자 ①

"사원주주제, 기업 신성장동력 역할"

2017-10-19 11:01:06 게재

미·영, 종업원주식소유제도로 위기 돌파

이념 아닌 운명공동체·상생의 철학 필요

한국종합기술이 국내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회사로 새출발한다. 정치권과 학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종업원주식소유제도로 위기를 돌파하고 회생한 기업 사례가 많다며 한국에서도 사원주주제가 기업의 신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국인 지분 0.16%에서 3.01%로 증가 =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29일 한진중공업 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식 674만4605주(61.59%)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주식인수 금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한국종합기술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설계·분석·감리를 수행하는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지난해 시장점유율 15%로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일반 주주들의 매도물량으로 당장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한국종합기술은 우량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특히 환경. 에너지 플랜트 사업 등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어 성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매각 과정에서 종업원인수(EBO) 방식으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합한 우리사주조합에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지분을 늘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도 외국인투자자들이 지분보유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8월 16일 기준 0.16%에 불과하던 외국인투자자의 지분율은 18일 현재 3.01%로 2.85%p 증가했다.

대형우량주로 꼽히는 종목도 아닌데 외국인들이 꾸준이 지분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증권가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는 종목은 알짜배기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한국종합기술 직원들의 전문적인 역량과 지배구조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업 생산성·경쟁력 강화 =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원주주제, 종업원지주제도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영국의 종업원지주제도는 회사의 위기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회사의 소유와 경영의 인수를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1970년대 종업원들의 다양한 주식소유 지원법안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지난 2012년에는 영국 정부가 종업원지주제도를 주된 상생기업 모델로 도입해 영국경제 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도록 촉진하기도 했다. 그해 발표된 '넛톨 보고서'에 따르면 종업원주식소유제도는 기업실적 개선과 경제적 회복력 증가, 근로자 참여 및 헌신증가 등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미국에서는 1920년대 초반 독점적인 자본의 폐해가 커지면서 이를 견제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주요하게 작용하면서 우리사주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1974년 종업원의 자사주 취득에 대해 세제상 혜택을 주는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RISA)의 골격이 갖춰지면서 현대적 의미의 '차입형 ESOP'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미국에는 401(K) 제도와 전종업원주식매수선택권(ESPP) 등 다양한 제도가 있다.

◆"종업원이 주인으로 열심히 일할 때 회사는 성공" =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장사 중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로 첫발을 내딛는 한국종합기술의 상징성이 크다며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주인인 임직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키우고 발전시켜 이익을 창출할지, 어떤 사람을 전문경영인으로 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이익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계획을 잘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이익을 내야하며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매출과 이익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 한다"고 경고했다. 임직원 모두가 회사이익창출에 기여하고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종업원 지주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이런 점을 들어 종업원지주제도는 결코 좌파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종업원들이 기업의 지분을 직접 보유한다는 점만 보면 자본주의제도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종업원지주제도는 기업과 종업원 상생하는 방안이며 지배구조 개선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신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간 우리사주제도가 동력을 잃었다"며 "이는 우리사주제도에 대해 보수적인 정부가 오해를 하면서 제도발전을 등한시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종업원 지주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 자본주의 국가에서 더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좌우 진영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어떻게 이 제도를 활용해 기업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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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한남진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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