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명 직원이 지분 99% 소유…이익 공유·지배구조 개선 효과

[GLOBAL_중국] ‘사원이 주인’ 화웨이 모델 확산 나선 중국
중국 정부가 ‘화웨이’식 기업 지배 구조 전파에 본격 나섰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최근 우리사주신탁제도(ESOP)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ESOP 가이드라인 초안은 2012년 8월에 나왔지만 의견 수렴을 거쳐 이제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화웨이는 ESOP를 통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8만 명의 화웨이 전체 직원이 보유한 지분이 99%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2012년 순이익의 99%인 153억 위안을 배당해 당시 7만여 명의 직원 1인당 배당금만 22만 위안에 달했다.

중국 증감회가 발표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직원 보유 주식 총액이 전체 시가총액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장사 직원에게 자사주 보유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화웨이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신화통신은 중국 상장사의 74%가 이미 ESOP를 운용 중이지만 직원에게 배분할 자사주의 구입 방식과 직원의 자사주 보유 기간 및 관련 공시 기준 등 통일된 규정이 없어 인센티브 제도와 경영관리 수단으로서의 진정한 ESOP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이번 조치의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사주신탁제도 활성화 가속도
ESOP는 직원에게 주식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소유권과 경영권 분리 때문에 생기는 대리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영 수단으로 인정받아 왔다. 장샤오쥔 증감회 대변인이 ESOP가 노동자와 소유자의 이익 공유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보완하는 식으로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그래서다.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은 2013년 가을의 18기 3중전회가 승인한 개혁 의견과 최근 국무원이 발표한 자본시장 발전 의견 등을 통해 ESOP에 대한 시행 의지가 재확인된 데 이은 것이다.

중국 정부가 국유 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혼합 소유제 중심으로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과도 맥이 닿는다. 상하이시는 2013년 12월 재융자 능력이 있는 국유 상장사에 주식 인센티브 제도 실시를 허용했다.

ESOP는 중국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내부자 거래라는 부작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감회가 1998년 12월 상장사 직원은 자사주를 보유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 2000년 12월 우리사주조합이나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자사주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배경이다. 하지만 기업의 효율을 높이는 상장사의 질 제고뿐만 아니라 장기 투자자를 늘리는 투자자 구조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규범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 ESOP를 제대로 시행하려는 노력이 진행돼 왔다. 2006년 1월 증감회가 상장사 주식 인센티브 규범 의견을 통해 비유통주 개혁을 끝낸 상장사에 한해 직원에게 주식 인센티브 부여를 허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ESOP는 노동자와 자본가를 이익공동체로 묶는다. 노동자와 자본가를 적대적인 관계로 보는 사회주의 인식의 틀을 깬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ESOP는 직원의 복지 증진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제도는 전자에, 한국은 후자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증시가 하락세일 때 ESOP가 오히려 직원의 재산 형성에 타격을 주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신규 상장 때 의무적으로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배정한 제도가 주식 하락기 때 직원들의 재산 위축을 가속화해 사회문제로까지 불거진 전례가 이를 말해준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