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식 복지` 41세 열린 보수가 바꾼다
스웨덴식 복지` 41세 열린 보수가 바꾼다 [중앙일보]
중도 우파 연합 집권 … 새 총리 라인펠트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야당 중도우파연합을 이끌고 승리한 프데드리크 라인펠트 보수당수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든 채 기뻐하고 있다. [스톡홀름 로이터=연합뉴스]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복지제도를 자랑하는 스웨덴의 복지 모델에 변화와 개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17일 실시된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복지제도의 효율적인 개혁을 내세운 중도 우파 연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행 복지제도의 지속적인 확대를 공약한 중도 좌파 사민당은 12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됐다. 사민당은 1932년 이후 지금까지 단 9년간을 제외하고 65년 동안 단독 혹은 연합으로 집권하면서 스웨덴식 복지 모델을 탄탄하게 확립한 정당이다.
보수당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 우파 연합 4개 정당은 개표가 99.7% 완료된 18일 현재 48.1%를 득표해 의회 전체 349석 중 과반인 178석을 확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2002년 선거에서 15%의 지지에 그쳤던 보수당은 이번에 26.1%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총선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사민당이 주도하는 중도좌파 연합은 46.2%의 지지로 17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사민당의 득표율은 35.2%로 지난 선거 때보다 4.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1914년 이후 최악의 선거 결과다.
◆ '일하는 복지'로=우파 연정의 집권으로 복지제도 운용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패배한 사민당의 예란 페르손(47)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스웨덴식 복지 모델의 향배가 걸려 있다고 말해 왔다.
새 총리가 될 프레드리크 라인펠트(41) 보수당 당수는 "노르딕(북유럽) 복지 모델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세에서 과도한 복지와 높은 세금이 일할 의욕을 떨어뜨렸다며 '일하는 복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또 "스웨덴의 경제 사정은 나쁘지 않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자리 창출은 없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일자리"라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5%로 유럽연합(EU) 평균인 2.8%보다 훨씬 높았다. 라인펠트는 정부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 복지제도 효율 중시=라인펠트는 복지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되 운용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일자리를 늘려 복지제도가 유지돼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파는 2002년 선거에서 급진적인 복지제도 개혁을 들고 나왔다가 참패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전에서는 중도 성향을 강화해 합리적 개선에 치중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완벽에 가까운 보건제도 등 현 제도의 장점을 살리면서 과도한 실업수당 지출 등을 줄이고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스웨덴에서는 실업 후 최초 200일 동안은 이전 직장에서 받았던 월급의 80%를 받을 수 있다. 이후 100일 동안에는 70%를 받는다. 이런 제도 때문에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어도 생계에 별 타격을 받지 않는다. 중도 우파는 앞으로 실업수당을 65% 수준으로 낮춰 실업자가 수당에 의존하지 않고 취업에 나서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스웨덴의 실업률은 5.7%(8월 기준)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병가자, 조기 퇴직자, 직업훈련 프로그램 참가자 등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을 합하면 실질 실업률은 20%를 넘는다는 게 중도 우파의 주장이다.
중도 우파는 복지제도 개선 외에 감세와 민영화 등 시장주의적 개혁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세를 대폭 줄이고 재산세.부유세 등도 감면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세금 부담으로 국민의 근로 의욕이 크게 저하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과감히 추진한다. 라인펠트는 2000억 스웨덴크로나(약 27조원) 규모의 국영기업 지분을 4년 내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민영화 대상 기업은 노르데아은행(지분 19.9%)과 통신회사 텔리아 소네라(45.3%), 스칸디나비아 항공 (21.4%), 증권거래소 OMX(6.7%) 등이다.
◆ 신보수당 선언=이번 선거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한 데는 2002년 선거에서의 참패가 약이 됐다. 2003년 보수당수가 된 라인펠트는 분열의 골이 깊은 우파 진영을 하나로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파 연합은 스웨덴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1년 이상 앞두고 공동 정책에 합의한 바 있다. 라인펠트는 선거 직후 "우리를 이기게 한 것은 팀워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새로운 보수당으로 선거운동을 했으며 신보수당으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 라인펠트는=40대 초반의 '젊은 보수' 다. 동시에 기존의 가치.주장을 고수하는 '닫힌 보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한 사고를 보여주는 '열린 보수'다.
그는 대학 졸업 이듬해인 91년 국회의원이 됐다. 92년부터는 당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이어 2003년 서른여덟 살에 보수당의 선장이 됐다. 한 해 전 총선에서의 참패로 당 전체가 휘청거리던 상황이었다.
그는 우선 '상류층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보수당이 집권하면 기존 복지정책을 몽땅 폐기할 것이라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도 노력했다. 오른쪽에 치우쳐 있던 당을 가운데로 옮겨놓은 것이다. 결과는 총선 승리로 나타났다.
하지만 집권에 성공한 그는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복지국가 모델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그는 93년에 쓴 책 '잠자는 국가'에서 보다 친기업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교적으로는 사민당 정권에 비해 친미 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사람' '온화한 가장'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진 그는 선거 전략에서도 서민적 풍모를 강조하기 위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을 많이 차용했다고 한다. 시의원인 부인 필리파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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