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M&A 최대복병’ 우선매수청구권 부상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우선매수청구권’이 매각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M&A 시장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한 것.
현대건설, 쌍용건설, 메디슨 등 굵직한 대형 매물마다 본입찰에 앞서 인수 경쟁자들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하든카드’로 꺼내들면서 매각 일정에 차질이 예고되고 있다.

8일 산업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앞두고 이날 국내 주요 일간지에 우선매수청구권을 강력 요구하는 내용을 암시한 광고전을 펼쳤다. 현대그룹은 이날 광고를 통해 ‘현대건설 정상화를 위해 4400억원 사재를 출연한 기업과 계열분리 원칙만을 내세우며 한 푼도 줄 수 없다던 기업’이라는 문구를 앞세운 뒤 ‘우선권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합니까?’라는 후행 문구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현대건설 본입찰이 1주일 뒤인 15일에 열리는 것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이 우선매수청구권 강조를 통해 막판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채권단은 다음주 본입찰 시점과 상관없이 우선매수청구권 해석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대형 매물로 꼽히는 쌍용건설의 인수전에서도 우선매수청구권 활용 여부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쌍용건설 매각 주간사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쌍용건설 매각을 내년 상반기께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건설 매각에도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매각의 향방이 달렸다.

캠코 관계자는 “우선 제3자를 대상으로 쌍용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식으로 양해각서가 체결돼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게 우리사주조합이 매수할 의향을 비치면 그쪽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인수를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의 인수전도 우선매수청구권 논란으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메디슨 지분 43%를 보유한 칸서스자산운용의 지분 가운데 약 3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주장하고 있는 부동산임대업체 스카이더블유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지분 3.2%에 대해서만 콜옵션 및 우선매수청구권의 대상으로 인정한 데 대해 불복, 항소했다. 칸서스자산운용도 3.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 이 사건의 법정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메디슨은 국내 1위 의료기기업체로 삼성전자·SK 등이 헬스케어산업에 관심을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최근 이목을 끌고 있다.

칸서스는 지난 2005년 펀드를 결성, 메디슨 지분을 매입하면서 주주였던 스카이더블유와 3단계에 걸친 ‘옵션계약서’와 ‘옵션계약서에 대한 수정합의서’를 지난 2006년 3월 체결했다. 스카이더블유가 메디슨 지분을 모아 칸서스에 팔아주면 대가로 나중에 메디슨 지분 32%를 스카이더블유가 되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건이 2심으로 넘어가면서 법리논쟁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될 전망이다.

기업 M&A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 관계자는 “기업 부실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이 늘어나면서 워크아웃 플랜에 기존 사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요건을 담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각 매각물건 사안마다 워크아웃 개시 당시 요건과 워크아웃 기간에 행사권을 쥔 주체측이 얼마나 요건에 부합하게 기여했느냐를 놓고 앞으로 우선매수청구권 해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