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겨레>가 국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을 통해 단독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펀드 판매사 펀드 보수 이익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펀드를 판매하고 하고 있는 17개 은행과 41개 증권사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회계연도 기준)간 펀드 판매 보수 명목으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4조4897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펀드 판매사인 국민은행이 이 기간 동안 판매보수로 7866억원을 챙겨 수입규모가 가장 컸다.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4753억원을 챙겼고, 증권사 가운데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441억원과 3237억원을 벌었다.

판매 보수는 투자자가 펀드 구매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판매 수수료, 판매 보수, 운용 보수, 수탁 보수 가운데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항목이다. 판매 수수료는 판매 과정에서 고객 상담 등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고, 운용보수는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용 서비스에 대한 대가지만, 판매 보수는 이를 받을 근거가 되는 서비스를 거의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펀드 판매 비중이 가장 큰 국민은행은 월 단위로 펀드 시장 동향 정보가 담긴 이(e)-메일을 고객들에게 보내 주는 정도가 고작이다. 고객이 맡긴 자산이 많을 경우엔 이따금 상담 서비스를 해주고는 있지만, 월 10만~20만원가량 적립식 투자를 하는 서민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존 고객에게 판매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판매 보수는 투자자가 지불하는 전체 비용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판매보수 비중은 전체 비용의 44.5%에 이르는 반면, 운용보수는 22.9%에 그친다. 판매사는 판매보수 외에 판매 수수료도 받고 있어, 투자자가 지불하는 총비용의 3분의 2 이상을 가져간다.

하지만 투자자는 판매 보수가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판매 보수는 매일 산정되는 펀드 ‘기준가격’에서 일정 비율로 떼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를 인식하기 어렵다.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판매 보수는 ‘히든 피(hidden fee, 숨은 비용)’”라며 “고객이 환매하기 전까지는 판매사들은 판매 보수를 안정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핵심 이유”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판매 보수’ 체계를 갖고 있는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기형적이라는 이야기다. 미국 역시 판매 보수(12b-1)가 적절한지를 놓고 규제당국인 증권감독위원회(SEC)와 학계, 업계가 10여년 째 논쟁을 하고 있다. 미 증감위는 지난 2004년 판매 보수의 점진적 폐지 등을 담은 제도 개혁안을 내놓았다. 신인석 교수는 “오랜 논쟁 끝에 미국 학계에선 투자성과 증대 등 그간 업계가 판매 보수 합리화를 위해 내놓았던 주장들이 모두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난 상태”라며 “미국마저 판매 보수 제도가 폐지되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판매 보수 체계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