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인수합병(M&A) 일정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쌍용건설 임직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채권단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측은 ‘조기매각’을 시사하고 있지만 매각 속도의 열쇠는 전적으로 2대주주인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경영권 인수 의지 및 매수청구권 행사 방법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캠코,“6개월이내 매각작업 완료 가능”

21일 쌍용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캠코는 대우건설 매각이 끝나는 즉시 쌍용건설 매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캠코 관계자는 “쌍용건설 매각 시기는 애초부터 대우건설 매각 일정 이후로 잡혀 있었다”며 “쌍용건설의 규모가 대우건설·현대건설에 비해선 소규모이기 때문에 빠르면 6개월 이내 매각작업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코의 이같은 매각일정 추진의 열쇠는 캠코(38.75%)에 이어 현재 18.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쥐고 있다. 쌍용건설 매각의 경우 일반적인 M&A와 달리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변수’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는 지난 2003년 퇴직금 정산 등의 방식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 자사 주식 20%가량을 취득했으며 현재 18.9%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사주는 이 과정에서 캠코 등 채권단으로부터 채권단 보유 지분 24%(750만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까지 부여받았다. 캠코 관계자는 “우리가 단독으로 인수작업을 추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더라도 쌍용건설이 매각작업 이후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인수자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된다’”며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사주조합과 사전 합의만 이뤄지면 매각 속도가 다른 M&A에 비해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회수 극대화’ vs ‘최저비용 경영권인수’ 입장충돌 가능성 높아

하지만 캠코의 조기매각 의지와 달리 매각작업이 의외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채권회수율을 극대화한다’는 캠코의 명분과 ‘최저비용 투입으로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우리사주조합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측은 매각작업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지분 전체가 아닌 우선매수청구권 만큼만 매각을 하든지 아니면 전체 주식을 현 시세 선에서 매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최대가격에 매각하겠다는 캠코의 입장은 강경하다.

캠코관계자는 “지금 쌍용건설의 주식이 1만3000원 정도로 액면가 5000원의 2배를 웃돌지만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이미 6대 1의 감자를 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며 “공정한 입찰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오히려 ‘헐값 매각’ 논란의 우려도 있어 웬만큼 높은 가격이 아니면 타 채권단이 매각에 순순히 응해줄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캠코를 비롯한 채권단이 의도적으로 매각가격을 부풀리는 등 우리사주조합의 경영권 인수를 방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관계자는 “과거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도 그랬듯이 의도적으로 입찰경쟁을 과열시켜 가격을 고가로 몰아가는 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매각 시 전량지분인수가 아닌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 만큼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굳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인수자는 직원들을 2대주주로 모시는 꼴이 된다”며 “이러한 경영구도 하에서 인수자 역시 마음대로 경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