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가 지난 17일부터 전국 41개 지상파 사업자에 대한 재허가 추천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해 지역 민영방송사들의 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 평균이 30%를 상회해 상장사 평균(24.2%)에 비해 5%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4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와 민영방송노조협의회가 공개한 ‘지역민방 9개사 배당 자료’에서 드러났다. 언론노조·민방노협은 이날 방송위에 제출한 ‘민방 경영투명성 강화와 소유구조 개선을 위한 의견서’에 이 자료를 첨부했다.

자료에 따르면 광주방송(KBC)은 지난해 24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는 당기순이익 59억5800만 원 가운데 40.0%에 해당하는 액수다. KNN(부산경남방송)도 24억 원을 배당액으로 지출했지만 배당성향(배당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은 38.7%로 광주방송보다 낮았다. 당기순이익이 62억5400만 원으로 광주방송보다 다소 많았기 때문이다.

대전방송(TJB)은 당기순이익 40억800만 원 중 12억 원(29.9%)을 배당액으로 지출했고 대구방송(TBC)은 89억6800만 원의 순이익 가운데 24.0%인 21억6000만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들 지역민방은 2003년∼2005년에도 30% 전후나 많게는 40%를 상회하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집계한 상장사들의 배당성향 2003년 23.5%, 2004년 20.5%, 2005년 20.7%, 지난해 24.2%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언론노조·민방노협은 “지역민방 대부분이 비상장회사이지만 일반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고액배당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은 보전해주는 반면 제작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지역성 구현은 요원해지며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결국 지역민방이 자본 증식수단이나 사익추구 도구로 전락하고 시청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빼돌려지고 있는 셈”이라며 “이번 재허가 추천 심사에서 매출액 대비 직접제작비 비중에 대한 정확한 실사와 더불어 콘텐츠 질적 평가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 지역민방 경영진은 “배당률은 이사회가 정기예금 이자율에 준해서 4∼5% 선에서 결정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 등은 의견서에서 “지배주주의 잇단 비리의혹과 방송법 위반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구현을 위한 지역민방의 역할과 기능이 저해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원민방(GTB)의 지배주주인 정세환 대양 회장은 2004년 재허가추천 심사 당시 방송법 위반으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최근 비자금 조성, 업무상 배임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대구방송의 최대주주인 귀뚜라미 그룹은 지분 초과소유로 방송법을 한시적으로 위반했지만 처벌되지 않았고, 전주방송(JTV) 최대주주인 일진전기 등 지역민방 최대주주 4개 회사는 지분을 상호 교차소유하면서 의결권 담합 등으로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언론노조 등은 지역민방들이 2004년 재허가추천 심사 당시 공약했던 소유·경영의 분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광주방송, 청주방송(CJB) 등의 대주주들은 경영에 직접 개입하고 있으며 전주방송의 경우 소유·경영의 분리가 형식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구방송의 경우 지배주주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해 노사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언론노조 등은 “지난해 2월 지역민방 9개사가 방송위와 정치권에 약속했던 사외이사 확충, 소액주주 이사참여, 외부전문가 감사 선임 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와 별도로 우리사주제도, 사외이사 또는 내부감사 노조 추천체, 사장 추천제나 공모제 등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