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장호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성원건설(012090)(4,075원 165 -3.89%) 지분 34%에 대한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영권을 확실히 가지기에는 매각대상 지분규모가 충분치 않은데다, 무엇보다 최근 한두달새 급등한 주가가 걸림돌이다.  

이번 지분 매각의 주관회사 공모에 많은 증권사들이 몰려들었지만, 이들 증권사의 속내는 하나같이 "주관사에 선정되더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들이다.

성원건설의 법정관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24일 오전 3~4곳으로 압축된 지분 매각 주관사 후보들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받았다. 예보는 이를 기초로 이르면 이번주 중 주관사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이 가장 어렵게 여기는 부분은 최근의 주가 급등 상황. 불과 두달여전 4000~5000원대에 불과했던 성원건설 주가는 현재 2만원을 훌쩍 넘어서 있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주가는 회사의 내재가치를 뛰어넘어선 면이 있다"며 "내재가치보다 비싼 시장가격에 지분을 사려는 주체가 나타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어정쩡한 매각 지분 규모도 문제다. 대한종금파산재단이 내놓은 매각대상 지분은 성원건설 34.06%와 자회사인 성원산업개발 지분 25%다.

누구든 성원건설 지분 34.06%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명목상 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얻게 되지만, 현 경영진인 구사주 측 지분 역시 33.87%로 1대주주와 엇비슷하다.

특히 성원산업개발, 성원상떼힐 등 자회사가 보유한 전환사채 7%에다 현 경영진의 우호세력인 우리사주조합의 4.62%를 합칠 경우 현 경영진측 지분은 45%를 넘는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산재단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더라도 현 지분 구조상 성원건설의 경영권을 가져갈 묘안이 별로 없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을 획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34%에 달하는 성원건설 지분은 별다른 인수 매력이 없을 것"이라며 "과연 누가 그 많은 지분을 단순 투자목적으로 사려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물론 이미 전부터 성원건설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시장에서 지분을 모아온 전략적 투자자라면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아직까지 성원건설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전략적 투자가는 없다. 하지만 적대적 인수 기회를 엿보며 5%에 약간 못미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전략적 투자가가 없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다.

계열사들이 보유한 전환사채 7%도 주식 전환전까지는 아직 의결권이 없다. 만약 전략적 투자가가 기존 보유지분 외에 파산재단의 34%를 인수한 후 즉각 시장에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현 경영진과 표대결도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다시 문제는 크게 올라버린 주가로 귀결된다. 이번 34% 블럭딜 가격 뿐만 아니라 향후 적대적 인수를 위한 장내 매수시에도 높은 주가는 전략적 투자가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성원건설의 최근 주가 급등이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와 연관 지으려는 견해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