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버블을 우려한다.
이 글은 <안병룡의 칼럼>입니다.
참여정부가 최고로 내세워온 치적이라면 부동산 정책이다.
그런데 지난 1달새 많이 오른 곳은 10%이상 급등했다. 어떤 지역은 지난 10여년 동안 2% 정도밖에 상승하지 않았던 곳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종합부동산세과 효과를 발휘하는 2010년에는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국민의 투자는 거의 투기에 가깝다. 투자환경과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 있고, 정부의 시장에 대한 시그널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과 국회에서도 그런 영향을 많이 받은 까닭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갈팡질팡하는 여윳돈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는 4년은 더 기다리라는 말을 한다. 과장하자면 요즘 금융기법상 반일물 call상품이 있는 이 시대에, 4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 곳은 적게는 6개월 정도만 지나면 전매권이 허용되는 이 상황에서 투기를 심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대표적인 부의 척도인 동시에 생활안정의 기준이다. 집을 하나 장만해야 그제서야 푸근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문제는 정부가 공적기능을 시장기능으로 대체해가고 있는데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혹자는 이를 어떤 기준으로 시장실패라고 하겠지만,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올리는 기득권 층에게는 여전히 시장의 온전한 기능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이 투기바람속에서 소외된 계층 들만이 시장실패라 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이것은 정부실패라고 해야 한다.
미흡한 과세체계도 문제지만, 금융의 흐름을 통제할 수단과 목표를 제대로 세우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시장방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속성상 자본(돈)은 시간과 장소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나 실물자본이 받쳐주지 않는 금융자본은 급기야 공황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상식이며, 그것을 미리 바로 잡지 못하면 나중에는 그 상처가 더욱 큰 법이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을 돌이켜 보자. 일본의 당시 부동산-금융과의 관계는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와 너무나 유사하다. 일본의 거대자본을 움직이는 생명보험사 등의 금융기관이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고객의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자기들끼리 사고파는 반복적인 투자(결국 투기로 변질되어버렸다)의 결과로 버블을 만들었다. 소위 우리 서민들의 카드깡 돌려막기로 된 셈인데, 그런 상태는 결국 파산으로 연결되어 버렸다.
문제는 어떻게 손을 쓰는가이다. 한국은행의 부동산대출규모를 보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신용을 외면하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담보로 하는 안정투자에 집중했는가라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투기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현행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대표적인 문제이다. 참여정부들어 최초로 공개한 부동산 보유실태를 보면 2채 이상 보유자가 무려 28%에 이르고 금액기준으로는 절반가까이 차지한다. 이른바 개발지역이나 투기지역의 부동산 중 상당 자금은 이들 투자자금의 지원이 한 몫 했다.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는 최소한 역할은 정부가 해 줘야 한다. 모드 정책은 그 나라의 상황과 국민의식을 감안해서 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집착에 강한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시장의 공적기능 포기와 시장기능 강화는 더욱 그러하다. 소위 정치자금의 주된 산업이자 개발국가의 상징이었던 건설업의 활황은 국민적 정서와 정치집단의 이해관계, 금융기관의 투기자금 지원, 정부의 철학과 용기 부재 등으로 지금의 상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투기의 거품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지만, 그 이후에 올 경제적 폭풍의 여진은 모든 산업에 걸쳐 장기화 될 것이다.
정책은 말장난하는 정치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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