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매입 경쟁으로 올 상반기 상승률 1위… 지나친 고평가 개미투자자 주의 요망

남광토건 인수로 1대주주로 올라선 대한전선 사옥 전경.

남광토건이 최근 6개월간 883.87%의 주식가치상승률을 기록해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2008년 상반기 주가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남광토건 주식은 지난 6월 초에 14만 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10만 원대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약 6개월 전 1만 원대였던 주가가 최고 14배 가까이 수직상승한 것이다. 지방건설사를 중심으로 하루에 하나꼴로 부도가 나는 건설업계에서 ‘초대박’을 터트린 국내 도급 순위 40위권인 남광토건의 비결은 무엇일까? 주가폭등의 비밀은 다름 아닌 지분매입 경쟁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이다. 지난 4월초 남광토건 최대 주주인 알덱스 지분 22.8%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최대 주주로 부상한 대한전선과 2대 주주(에스네트)인 차종철 남광토건 회장 측은 겉으로는 ‘상호협력에 의한 공동경영’이라는 순조롭고 평온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이사 선임건을 둘러싼 잇따른 불협화음이 터져나왔고 이때부터 물밑으로 지분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우리사주 받은 직원들 대박 기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주가가 1000% 넘게 폭등했던 것. 물론 이러한 폭등의 이면에는 대한전선의 인수로 인한 관광 레저 건설 부문 사업확장 발표와 함께 최근 앙골라, 베트남 등에서 진행 중인 개발사업의 선전도 호재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한전선은 남광토건, 알덱스, 온세텔레콤, 대경기계기술 6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1대 주주로서 42.40%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2대 주주인 에스네트(차종철 회장 측)의 지분은 33%에 더해 최근 남광토건 우리사주조합을 우군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차 회장 측은 우리사주조합 송상기 외 273명의 지분 2.11% 의결권을 위임받으면서 지분율을 35.21%까지 끌어올렸다. 남광토건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원 320명 중 274명이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차 회장에게 넘겼다”면서 “조합원 대부분이 회사의 안정을 위해 차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신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명했다. 우리사주조합원의 이러한 집단행동에 대한전선은 애써 담담한 반응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과거 성공적 인수합병(M&A) 경험을 살려 기존 대주주를 인정하고 순리대로 풀어나갈 것”이라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없도록 당분간 경영자를 대한전선에서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경쟁적으로 지분매입 경쟁을 벌이면서 개미투자자만 혼란에 휩싸였다. 하루가 다르게 급등락을 거듭하는 남광토건주식을 매입하자니 향후 손절매 리스크도 부담이 되고 이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도 급등락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매도 시기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뿐 아니라 남광토건 직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올 1분기 14억 순손실 기록
남광토건은 지난해 12월 440만 주를 유상증자하여 우리사주조합에 20% 우선 배정했다. 발행가는 9800원. 회사 측에 따르면 직원 350명가량이 우리사주를 받았고, 직급과 연차에 따라 개인당 1000주에서 많게는 7000주까지 배정받았다. 당시만 해도 배정 물량이 미달일 정도로 인기가 높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평가익만 수억 원에 달하는 ‘주식 로또’를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박을 실현하기 위해선 한 가지 난관이 있다. 우리사주는 1년간 보호 예수가 걸려 있어 이익을 실현하려면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현 시세로 당장 팔아 거금을 챙기려면 퇴사가 불가피하다. 현 시세대로 6개월을 버텨준다면 다행이지만 지금과 같은 널뛰기 상황에서는 현 주가가 그대로 이어질지 의문이어서 직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 가운데는 최근 퇴직을 결행한 사람도 적지 않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현 주가가 기업 가치나 영업활동을 반영하기보다는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이어서 퇴직을 신청한 직원들 대부분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직원”이라면서 “양측간에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3만~4만 원대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광토건의 경영권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건설물량 증가와 차입여력 증가 등 기업가치 재고의 기대치가 컸지만 기존 경영진 체제가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대감은 불안감으로 바뀌어 주가의 ‘버블’ 붕괴가 올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분석이다. 주가의 수직하강에 따른 버블 붕괴는 지분 경쟁을 재료삼아 투자한 소액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올해 남광토건의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이익비율)가 47.7배에 달하고 시가총액이 2조4000억원에 달해 유사 기업의 3~5배에 이르고 있어 지나친 고평가 상태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남광토건의 2008년 1분기 매출액은 1177억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지만 영업외비용이 늘어 14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원가상승분이 워낙 크고 미분양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2600억 원.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는 오히려 차입금이 33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644억 원 규모의 김포고속화도로건설사업 낙찰, 대한전선 보유의 유휴 토지 및 무주 기업도시 등 향후 추진할 개발사업을 통해 풍부한 공사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미래가 불투명하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이 양측의 합의로 원만히 해결되고 주가도 정상 상태를 회복해 안정적인 궤도로 순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광토건 이동철 사장. 남광토건 회사 개요 설립 1954년 8월 5일 상장 1976년 자본금 879억 원 대표이사 이동철 1대주주인 대한전선 측 총지분율 42.40% 2대주주인 차종철 회장 측 총지분율 35.21% 임직원 수 629명 매출 6195억 원 영업이익 40억 원 순이익 18억 원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은 2008년 3월 기준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