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우리금융 민영화 ‘2파전’ 불붙었다
우리지주, 정부지분 나눠 인수할 과점주주 모집에 총력
하나지주, 인수합병 자문사 탐색 자산매각 자금력 확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둘러싸고 독자적인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지주와 지분인수 후 합병을 노리는 하나금융지주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우리지주는 우리사주조합 등을 중심으로 56.97%에 이르는 정부지분을 나눠서 인수해줄 과점주주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고, 하나지주 역시 인수·합병(M&A)을 위한 자문사 선정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자산매각 등을 통해 곳간을 차곡차곡 채우고 있다. 정부의 지분 전부를 인수할 때 필요한 금액은 7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우리지주 지분을 인수할 기업은 오는 26일까지 입찰에 참가해야 한다.

◆과점주주를 잡아라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지주는 연기금과 국내 대기업, 해외 우량 사모투자펀드(PEF), 은행 거래고객(이상 10%씩), 해외 기업(15%), 우리사주조합(5%)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하기로 하고, 투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우리사주조합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조합원이 전체 지분의 5∼6%를 인수하기로 결정, 산뜻하게 출발했다.
해외 투자자 유치는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오는 11∼12일 열리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을 찾는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단 면담을 갖는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해외투자 유치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행사 기간 동안 만나는 거물급 인사 가운데 특히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가장 큰 주목을 받는다.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투자 펀드에 우리지주의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이 60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맺은 교류를 바탕으로 두 사람은 지난 6월에도 미국 뉴욕에서 만나 민영화 참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를 잡아라
우리지주에 비해 하나지주의 행보는 정중동에 가깝다. 이는 우리지주 인수전에 상대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 준비작업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하나지주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하나지주는 이날 싱가포르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어 우리지주와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투자자들의 이해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하나지주 측에서는 주요 임원을 파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연기금이나 해외 투자자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우리지주 지분 중 일부를 사들이고서 나머지 지분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정기 설명회에 공을 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지주는 현재 M&A를 도와줄 자문사를 선정하는 작업도 진행하는 한편 투자은행(IB)들로부터 투자 유치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전날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채권을 발행했고, 앞서 다른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은 서울 여의도 사옥을 매각, 2600억∼29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자금 조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