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주총 참석 방해하지 마"..법원 첫 결정
서울서부지법 `주주총회장출입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소액주주측 손들어줘..집행관 파견해 주총 감시도

출처 : 입력 : 2009.07.30 09:50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상장 회사가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법원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주주총회를 둘러싸고 의결권 금지, 의결 무효 등 법정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많지만 회사가 주주들이 주총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결정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21부는 지난 17일 제로원인터랙티브 주주 정기영, 백국현, 임숙영, 서영희 등 4명이 신청한 `주주총회장출입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결정했다. 이 가처분을 신청한 주주들은 이 회사의 소액주주들.

제로원은 내달 3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법원은 주문을 통해 "회사는 신청자(주주)들과 그 대리인이 제로원의 임시총회가 종료될 때까지 위임장 등을 포함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주추총회장에서 참석 주주 접수 현장, 의결권 산정 현장 등 주총장 주변 정황, 개회시까지의 전 과정을 확인하고 촬영하는 행위를 방해하지 못한다"며 "주총 장소나 일시도 변경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이밖에도 이 같은 결정을 법원 집행관이 회사 내부 게시판 등에 공개적으로 게시하게 했다. 특히 회사측이 주총참석 방해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집행관이 적절한 조치도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같이 주주들의 주총장 출입 방해를 금지해 달라고 법원측에 요청한 사례는 지난 3월 서울식품공업 주주총회 등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소액주주는 "감자와 경영진 선임 등 중요한 안건이 걸려있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소액주주들이 결집한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하지만 회사측의 방해가 우려돼 가처분 신청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회사측이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가로막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법원에서 인정하고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원 결정을 받아낸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이 방만한 경영으로 유동성 문제와 주가하락을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상정한 현 경영진의 이사 및 감사 선임, 10대 1 감자, 정관 변경 등의 안을 부결시키고, 대신 역시 법원 가처분을 통해 주주권리로 상정한 새 경영진 추가 선임 등을 포함한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한편 제로원인터랙티브는 유·무선컨텐츠에 공급하는 영상물 및 음반물을 제작 배급하는 업체다. 이번 주총 주주명부상 현 최대주주는 왕민 대표이사로 399만주(9.3%)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