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장수우량기업 주식, 뭔가 다른 DNA가 있다

장수우량기업 주식, 뭔가 다른 DNA가 있다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증권거래소가 폐쇄된다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그의 펀드에는 20년 이상 보유한 종목도 상당수 있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도 개인들에게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가치주 발굴을 강조했다. 현인들의 조언을 국내 증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1995~2009년(4월 8일 기준) 15년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유지한 종목 중 `장수 우량기업`을 뽑아봤다. 15년간 상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같은 기간 증시 시가총액 증가율인 4.36배 이상의 시가총액 증가율을 보인 기업들이다.

`성장`과 `장수`를 겸비한 이들 기업은 △독과점 △기피산업 △필수소비재라는 3대 핵심 DNA를 갖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면서 모멘텀 투자가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장수기업 투자를 얘기하는 것은 조금 생뚱맞을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독과점 △기피산업 △필수소비재의 DNA를 가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고 몸집과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이 이번 위기에서 선방하고 있다지만 적자가 누적되면 재무구조에 이상이 오고 결국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기업들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이 그동안 성장과 장수를 함께 유지했지만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은 더 필요하다.

◆ 독과점에 주목하라…KT&Gㆍ포스코ㆍ삼성전자

= 피터 린치가 주창한 장기 투자의 원칙 중에 `보석보다는 채석 사업`이란 명제가 있다. 사업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내수시장의 독점 사업자로는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2000년에 상장돼 아직 `장수` 판정을 내릴 수는 없지만 KT&G(옛 담배인삼공사)도 대표적인 독점기업이다. 이들은 코스피와 상관없이 시가총액이 꾸준히 증가했다. 포스코는 5.7배, KT&G(200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준)는 2.8배만큼 덩치가 커졌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팀장은 "포스코는 국내시장에서 과점적인 위치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고 경제와 산업의 중심축인 자동차, 가전, 조선 등에 모두 원료를 공급하므로 영구 존속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KT&G는 주주에 이익을 환원하는 정책이 큰 특징이다. 배당률도 연간 4~5% 선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국내시장 매출은 감소세지만 해외시장 순매출이 증가 추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인 IT 기업도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9.7배까지 시가총액이 올랐으며 15년 동안 1~2위를 놓치지 않았다. 김현중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하나의 아이템을 1등으로 만들고 이를 캐시카우로 삼아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성공으로 이끄는 작업에 탁월하다"며 "반도체와 LCD 같이 자본과 기술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전통적인 사업에서 몸에 익힌 장점을 바탕으로 최근 창의력, 브랜드 가치, 소프트웨어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피산업에 투자하라…장례ㆍ보험업, 삼성화재 대표株

장례업, 보험업과 같이 사고를 연상케 하는 `암울한 업종`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화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시가총액은 15년간 8.2배 성장했고 순위도 29위에서 17위로 꾸준히 상승했다.

나태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부 설계사 위주로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던 보험설계업이 전문화되고 보험상품이 단순히 보장성이 아닌 투자형 목적으로 진화 발전했다"며 "보험업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에서 향후 4만달러까지 증가한다고 봤을 때 장기적 차원에서 성장동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특히 삼성화재는 손해보험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8년에도 전년 대비 이익이 25% 성장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지속적인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데에는 보험업계 `지각변동`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1995년 당시 보험업체는 럭키, 쌍용, 동양, 신동아, 대한, 국제, 해동, 제일화재 등 회사가 서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으며 많은 보험사가 자취를 감췄다. 2009년 보험업계는 삼성, 동부, 현대, LIG, 메리츠의 `빅5`로 압축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빅5의 시장점유율은 1995년 66%에서 2009년 77%로 증가했다. 삼성화재에 돌아가는 `파이`도 20%에서 27%까지 늘어났다. 중장기 시각에서도 삼성화재는 시장 지배력이 있고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장기 보유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필수 소비재 기업도 눈길…롯데제과ㆍ농심ㆍ아모레퍼시픽

= 사람들이 꾸준히 사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도 주목할 만하다. "통신위성보다 팬티스타킹이 낫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식음료, 화장품, 제약 등이 있다. 음식료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롯데제과는 시가총액이 1995년 1279억원에서 2009년 1조4711억원으로 11배 늘어났으며 순위도 201위에서 2009년 88위로 올라왔다. 국내 라면업체 1위인 농심은 1995년 720억원에서 2009년 1조2000억원의 기업으로 1691% 성장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324위에서 97위로 무려 228계단 뛰어올랐다.

최자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의 안정성 측면에서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라면의 순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농심이 장기 보유에 유망하다"며 "주가 수준이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현금도 3000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어 우량하다"고 설명했다. 불황에도 소비를 좀처럼 줄이지 않는 화장품도 필수소비재의 하나다.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95년 164위에서 2009년 43위까지 올랐다. 시가총액 면에서도 1538억원에서 3조5300억원으로 22.94배 성장했다. 제약 업종도 개별 종목별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유한양행 1268%, 부광약품 1195%, 대웅제약 1095%, 삼진제약이 950%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