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쌍용건설 우리사주 “우리가 회사 인수”

“어떻게 살린 회사인데…” 캠코측 최고가 매각에 반대
“직원들 공 인정해야” 여론도

유하룡 기자 you11@chosun.com
입력 : 2007.07.02 22:21

“어떻게 살려놓은 회사인데…”

2일 오전 11시 서울 잠실에 있는 쌍용건설 본사는 잠시 업무가 마비됐다. 직원 대부분이 우리사주조합이 자청한 기자회견을 듣고자 10층 대회의실로 몰려든 탓이다. 회의실을 가득 메운 직원들은 1시간쯤 진행된 회견 내내 한 명도 자리를 안 뜨고 서 있었다. 회견이 끝나자, 한 직원은 비장한 표정으로 “7년 전 애들 학원비 줄이고, 보험 깨서 마련한 돈을 회사 살리는 데 보탰다”면서 “우리 손으로 반드시 회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우리사주조합은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추진 중인 회사 M&A(인수·합병)와 관련, “제3자 인수를 반대하며, 반드시 종업원지주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합측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 등이 참여하는 ‘한국H&Q-국민연금 1호 펀드’를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어려움을 겪었던 쌍용건설을 임직원이 힘을 합쳐서 살려낸 뒤, 임직원이 다시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알짜 회사로 탈바꿈한 쌍용건설=캠코는 최근 삼정KPMG & 소시어스 컨소시엄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8월 본(本)입찰을 목표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 매각방식이 나오지 않았지만, 캠코측은 채권단 보유지분(50.07%) 전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최고가를 써낸 업체에 넘겨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은 알짜 매물이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살 업체가 많다는 판단이다. 실제 쌍용은 지난 98년 워크아웃 당시 95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03년 흑자 실현 이후 작년엔 영업이익만 972억원을 기록할 만큼 좋은 회사로 탈바꿈했다. 특히 호텔 시공실적 세계2위에 오르는 등 해외 고급 건축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이 때문에 S, K사 등 중견 건설업체 3~4개사와 사모펀드(PEF)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우선매수권 행사로 회사 인수”=쌍용건설은 일반적인 M&A와 상황이 다르다. 회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에게 인수 우선권이 있다. 현재 조합측 지분은 18.2%. 지난 2003년 회사가 코스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리자, 전 직원이 퇴직금(320억원)을 모은 뒤 유상 증자에 참여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캠코와 채권단은 임직원 노력을 인정해 회사가 조기 정상화되면 조합측에 향후 주식 매각 때 채권단 지분의 절반인 24.72%를 우선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회사는 지난 2004년 10월 예정보다 빨리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이에 따라 조합측은 우선 매수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 임원 보유 지분(1.71%)과 우호 지분인 쌍용양회 보유 주식(6.13%)를 합쳐 총 50.76%의 지분을 획득해 종업원 지주회사로 새롭게 탄생한다.

◆우선매수권 인수 가격이 ‘관건’=그런데 막상 M&A가 시작되면서 주식 인수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매수권 부여 당시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제3자 제시가격 이상’이라고만 돼 있다. 캠코는 이를 입찰에 참여하는 제3자가 제시하는 ‘최고 가격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우리사주조합은 입찰에 관계없이 제3자가 제시하는 ‘적정 가격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원혁 우리사주조합장은 “최고가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데, 이는 직원들이 임금삭감을 감수하고 10년간 노력해 일군 결과”라며 “프리미엄까지 직원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조합측은 1년간 평균 주가를 감안하는 등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격 평가를 요구했다. 이를 무시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업계, “임직원 기여도 높이 평가”=업계에서는 쌍용건설 임직원의 기여도를 높게 보고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쌍용은 채권단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임직원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직원들의 공이 큰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 이후 2300명이던 직원을 4분의 3 이상이나 내보내고, 임직원 모두 자발적으로 임금도 삭감했다. 쌍용건설 최세영 팀장은 “한때 사원들이 800만원에 불과한 연봉을 받아 소득세가 면제될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합측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한국H&Q AP’ 임유철 부사장은 “직원들의 희생과 애사심을 높이 평가했다”면서 “종업원지주회사로 가는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