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되돌아보는 뉴스 : “우리도 주주 ‘맘대로 경영’ 스톱!”

“우리도 주주 ‘맘대로 경영’ 스톱!” 우리사주조합, 노조 경영참여 수단으로 부상

시외 및 국제전화 사업자인 데이콤의 우리사 주조합은 올 3월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및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을 요구하는 주주제 안권을 행사, 노동계 및 재계의 비상한 관심 을 끌었다. 우리사주조합이 소액주주운동 차 원에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다 LG그룹의 데이콤 경영권 장악이 예 상돼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

그러나 데이콤 주총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 다. 당시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은 4% 내외에 불과해 이미 '위장지분'을 포함, 절 대 지분을 확보한 LG그룹과의 표 대결 결과 는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조금 지난 얘기지만 지금은 외환은행에 합병된 한외종합금융은 노동조합이 우리사주 조합 지분을 바탕으로 최대주주인 외환은행 의 '낙하산식' 임원 인사를 저지하는 데 일 부 성공한 케이스. 한외종금 노조는 96년 5 월 외환은행이 자기 은행 출신 인사들을 번 번이 임원으로 선임하는 데 반발해 한외종금 출신 3명을 임원으로 임명하라고 요구, 회사 측이 이 가운데 한 명을 임원으로 선임했던 것.
최근 들어 우리사주조합이 노조의 경영 참가 수단으로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벌 및 금융기관의 부실경영이 외환위기를 초래 한 근본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재벌 총수의 경영 전횡을 견제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 를 위한 수단으로 노조의 경영 참가 문제가 떠오르면서 우리사주조합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들어 활성화된 소액주주운동도 이런 흐름에 일조했다.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등장한 EBO(종 업원 기업 인수)는 아예 노조가 자신들의 기 업을 인수, 직접 경영에 나선다는 점에서 새 로운 차원의 우리사주조합운동이라고 할 만 하다. 미국에서 80년대에 등장한 EBO란 부도 나 파산, 분사,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에 노 동자들이 일정한 희생(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등)을 감수하는 대신 회사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사주조합 1034개… 경영참가는 극소수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이란 종업원이 자기 회사 주식을 취득 관리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춰 조직한 단체를 말 한다. 종업원들이 자기 회사 주식의 일부 또 는 전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업 원지주제(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는 종업원 소유제도)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리사주조합은 58년 유한 양행에서 설립됐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이 법제화된 것은 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참여연대 재벌개혁 감시단장 김상조교수(한성대 경제학부)는 "당시 박정희 정권이 노사분규를 진정시키기 위한 '떡고물' 차원에서 도입했다"고 설명한 다. 6월30일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설립된 회사는 1034개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 제도가 도입 된 지 30년 이상 흘렀음에도 활성화되지 않 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 기업인수 지원센터 송태경 전문위원은 그 이유를 "우리의 경우 우리사주 매입을 위한 지원이 미미해 노동자 들이 직접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 이 있는데다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그동안 7년의 의무보유 기간을 두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우리사주조합이 설립돼 있는 경우에 도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통한 경영참가 활동 은 극히 부진한 상황. 대부분 회사측이 지명 하는 간부가 우리사주조합 임원을 맡는 등 조합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 당 연히 조합장이 우리사주 주식의 의결권을 마 음대로 행사, 전체 조합원의 이익이나 의사 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과거 김선홍회장 시절의 기아자동차 우리사 주조합이 대표적인 경우. 기아자동차 우리사 주조합은 김회장이 회사를 몰락의 길로 끌고 갔음에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김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구사 대' 역할까지 도맡기도 했다. 그러나 6월24일 재경부가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령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우리사주조합의 민주적 운영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7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 할 예정인 이번 개정안에는 우리사주 의무 보유기간 단축과 함께 우리사주 주식의 의결 권 행사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조합장 이 사전에 조합원의 의사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외이사추천·낙하산인사 저지 개가도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가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도 우리사주조합의 경영 참 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별 관심을 보 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올 2월 노 사정위원회에서 우리사주조합 활성화 및 민 주적 운영을 위한 4개 항에 합의했음에도 이 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당시 노사정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 총의 주장을 일부 수용, ▲우리사주조합의 경영 참가 가능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우리 사주조합의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고 ▲우리 사주조합의 민주적 운영 방안 규정 ▲주식 의무 보유기간 단축 권고 ▲비상장기업의 우 리사주조합 활성화 지원대책 권고 등 4개 항 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증권제도과 관계자는 "비 상장 기업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규정은 증권 거래법에 포함할 수 없기 때문에 추후 상법 개정시 이를 반영하기로 하고 현재 검토중" 이라고 해명했다. 또 "장기 보유에 대해 추 가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문제도 검토해 봤으 나 현실적으로 마땅한 방안이 없었다"고 말 했다.
그러나 노사정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김 상조교수는 "재경부의 이런 주장은 기본적으 로 재경부 관료들에게 노동자의 경영참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면 서 "재벌 개혁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노사정 의 우리사주조합 관련 합의사항은 신속히 이 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