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펀드 시장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4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퇴직연금펀드 설정액은 총 9564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436억원만 더 들어오면 사상 처음으로 퇴직연금펀드 1조원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자산컨설팅 부장은 "지난해에만 3020억원 이상 자금이 퇴직연금펀드에 새로 들어왔다"며 "올해 초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신 부장은 "특히 올해 말 퇴직보험 세제 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상당수 퇴직보험 자금이 퇴직연금쪽으로 이동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퇴직연금 상품 중 하나인 퇴직연금펀드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퇴직보험시장 규모는 21조3000억원이다.

반면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10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조원 정도가 펀드쪽 비중이다.

현재 퇴직연금 상품엔 은행이 주도하는 퇴직연금예금과 보험사의 퇴직연금보험, 운용사의 퇴직연금펀드 등이 있다.

따라서 퇴직보험 자금이 퇴직연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퇴직연금 상품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펀드의 최대 강점은 수익률이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이 다른 퇴직연금 상품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 1년간 퇴직연금펀드 평균 수익률은 20.29%였다. 2년간 수익률은 9.18%였다. 금융위기를 거쳤는데도 퇴직연금펀드는 손실을 내지 않았다. 그만큼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왔다는 설명이다. 은행이나 보험사 퇴직연금 상품은 연 6~8% 금리를 보장하고 있다.

상품별로는 수익률이 50%를 넘는 펀드도 꽤 많다. 이 정도 수준이면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최근 1년 54.16%)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 퇴직연금펀드는 규정상 국내 주식을 40%까지만 담을 수 있는 주식ㆍ채권 혼합형 상품이다. 따라서 국내 혼합형 평균 수익률과 비교할 경우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이 월등히 앞선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최근 1년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은 한국투자운용의 `퇴직연금성장1`로 조사됐다. 이 상품은 최근 1년 수익률이 무려 72.12%에 달했다. 2006년 12월 설정된 이후 현재까지 79.01%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김동엽 미래에셋퇴직연금센터 부장은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금리경쟁이 은행과 보험업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경쟁으로 인해 금리가 많이 올라왔지만 결과론적으로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이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가운데 어떤 게 유리할까. 신 부장은 "회사 근무연수가 적게 남은 임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단기투자가 되므로 안정적인 확정급여형이 유리하다"며 "근무연수가 10년 이상 남은 젊은 직원들은 수익을 좀 더 낼 수 있는 확정기여형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엽 부장은 "퇴직연금펀드야말로 장기ㆍ적립식 투자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상품"이라며 "매월 일정 금액을 납입하는 방식이 안정적이면서도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용 어>

퇴직연금펀드 = 근로자 퇴직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펀드다. 퇴직연금펀드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확정급여형은 일정액의 퇴직금을 각 개인이 속한 회사가 책임진다.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매달 일정 금액을 퇴직금 명목으로 개인 통장에 넣어주고 이 돈을 각 개인이 운용사 펀드에 맡기는 구조다. 이때 운용 책임은 개인 자신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