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한은행에 자사주를 팔아 넘겼던 KT&G가 `백기사`를 더 찾기로 했다. 백기사를 찾아 보유한 자사주를 넘긴 뒤 의결권을 가진 우호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7일 KT&G와 업계에 따르면 KT&G는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 7.72% 가운데 일부를 맞교환 또는 공익기금 출연 등 형식으로 처분할 방침이다.

KT&G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포스코처럼 지분을 맞교환해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며 "KT&G는 앞으로도 백기사를 더 찾아 자사주를 맞교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T&G가 이처럼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는 것은 아직도 경영권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외국인지분 비중이 52%를 넘는 가운데 기업은행 등 최대주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0% 내외에 그친다.

더욱이 현재 경영진과 지난해 분쟁을 벌였던 스틸파트너스, 프랭클린뮤추얼 등 지분규모와 KT&G 최대주주 우호지분 비중이 비슷하다. 프랭클린뮤추얼은 10.41%를 보유하고 있고, 스틸파트너스는 약 3%를 소유하고 있다. 두 투자자 지분이 13%를 웃돌고 있는 셈이다.

KT&G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지분은 기업은행 6.45%, 우리사주 5.11%, 신한은행 2.09% 등 모두 13.65%다. 언제라도 양측이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빚을 소지가 있는 지분구도다.

KT&G 경영권을 노리는 제3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노세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KT&G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지만 지분이나 이익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확실한 대주주가 없어 언제라도 제3의 투자자가 등장해 경영권을 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KT&G는 현재 의결권은 없지만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자사주를 우호지분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사냥꾼들은 심하게는 기업경영권을 인수해 청산작업에 나서기도 한다"고 전했다.

KT&G가 맞교환이나 출연 등 형식으로 처분할 수 있는 자사주 규모는 7.72%다. 신탁계정에 3.83%가 남아 있고,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게 3.89%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직접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할 수도 있지만 일부는 우리사주에 배정하거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익기금에 출연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KT&G는 최근 신한은행에 자사주 300만주(2.09%)를 매각했다. 이에 앞서 KT&G는 신한지주 지분 350만주(0.92%)를 사들이면서 서로 지분을 맞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