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상장사 곳곳에서 경영권 분쟁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경영방침과 관련, 주주간 이견으로 임원 선임, 기업분할, 공동경영 등에 차질을 빚는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또 주총 의안에 대해 자산운용사가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감사 선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영권 분쟁에 몸살 앓는 기업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총을 앞두고 동아제약, 아인스, 솔빛텔레콤, 네오웨이브 등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전·현직 대표 간 분쟁에서부터 부자 간 다툼까지 경영권을 놓고 지분경쟁, 우호세력 확보 등이 치열하다.

현재 동아제약은 전경련 회장 3선 연임을 포기한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 사이의 부자 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다. 특히 동아제약은 22일 주주총회 안건 결의를 위한 이사회가 개최되는데 여기서 강 수석무역 대표가 요구한 이사 선임 주주제안권이 받아 들여질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 수석무역 대표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동아제약은 오는 3월께 열리는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현직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인스는 전 경영진 측이 지난 16일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 해임과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한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주총은 열리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주주들한테 공식적인 일정 통보가 오지 않았다”며 “표 대결에 자신이 없다는 것인지 어떤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경영진 간 불화가 있는 브로딘미디어도 오는 3월19일 열리는 주총에 주요 주주인 변종건 이사 해임건을 상정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이 안건에 대해 현 경영진도 찬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액주주 비중이 높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오웨이브는 오는 3월30일 주총을 열어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현재 주주명부상에는 정소프트가 최대주주로 돼 있지만 제이엠피가 정소프트로 지분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양측 간 소유권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회사 운영 자체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거나 영업 등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비상장사 경영권 분쟁도 치열

비상장사들 가운데서는 메디슨과 우리홈쇼핑의 경영권 분쟁이 뜨겁다.

우리홈쇼핑 경영권을 놓고서는 사돈 기업인 롯데쇼핑과 태광그룹이 23일 열리는 주총에서 한바탕 홍역이 예상된다. 현재 롯데쇼핑은 23일 주총에서 4명의 신임 이사를 모두 자기측 사람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태광은 법적 소송을 낸 상태다.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경영권 대립이 장기화되고 있는 메디슨의 경우 오는 3월13일 주총에서 최대 주주인 신용보증기금(25.74%), 2대 주주인 사모펀드인 칸서스 자산운용(23.15%), 3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17.5%)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대 주주인 신보가 어느 편에 설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큰손’ 주주들의 행보도 관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던 SBS는 귀뚜라미, 한주흥산, 한미약품 등 2대 주주와 소액주주들의 연합에 좌초될 위험에 놓였다. 이들은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소극적인 행동을 넘어서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 한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겠다는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임시 주총에서 태양기계의 반대로 호도투어와 합병이 무산됐던 솔빛텔레콤은 3월27일 주총을 열어 합병을 다시 추진한다. 호도투어는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 매수청구권 규모가 줄어든 만큼 이번에는 합병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한진해운은 이 회사 지분 12.76%를 가진 이스라엘 해운재벌 새미오퍼 측의 행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미오퍼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상장사들의 주총 의안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반대 목소리도 본격화되고 있다. CJ지분 0.3%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CJ의 정기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 선임안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는 이번 주총에서 이재현 회장과 조경식 전 농림수산부 장관을 각각 사내·외 이사로 재선임하고 현재 100억원인 이사 보수 한도를 130억원으로 30% 상향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런 가운데 일성신약과 솔본 등의 소액주주들이 회사측이 추천하는 감사 후보를 부결시킨 후 자체 감사 후보를 내겠다고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