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삽코리아/한국우리사주협회

기업, CB보다 BW 찍느라 안달인 까닭
최근 기업들이 주식연계채권을 잇따라 발행,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으나 전환사채(CB)는 외면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발행하는데 정신이 없다.

BW의 경우 신주를 발행해 투자자들이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사는 구조여서 적은 비용으로 기업의 자본을 늘릴 수 있다. 또 CB와 달리 대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덜 하기 때문이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연계채권은 총 1조1923억원 발행됐다. 이 가운데 BW는 9314억원이 발행돼 전체의 78%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CB는 2299억원, 교환사채(EB)는 310억원에 그쳤다.

주식연계채권 발행시장에서 BW가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3월 기아자동차가 4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것을 포함해 코오롱(1000억원), 아시아나항공(1000억원), 대우자동차판매(600억원) 등 주로 대기업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BW를 선택했다.

BW와 CB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확정 금리를 주는 채권에다 미리 정해 놓은 행사가격(전환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웃돌면 만기전에라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같다.

다만 BW는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을 청구할 경우 신주를 발행해 행사가격으로 지급하는 반면, CB는 대주주나 우리사주 등 종전의 주식을 투자자에게 주는 게 다르다.

따라서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BW는 신주 발행으로 전체 주식이 늘어난 만큼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하락하는 효과에 그친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선 BW는 신주를 '행사가격'을 받고 투자자에게 주기 때문에 한 번 더 자본이 확충할 수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BW는 신주인수권 행사시 투자자들이 추가로 자금을 납입해야 하므로 기업 입장에선 자금 동원력이 CB에 비해 월등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BW, CB 발행을 악용할 소지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00년 초 벤처 기업들이 주식시장 상승을 틈타 CB와 BW 발행을 남발했으나 이후 주식시장이 조정을 겪자 주식 전환이 안 돼 상당 부분 부채(채권)로 떠안게 돼 재무구조가 열악해 진 사례가 있다"며 "일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주식연계채권을 구조조정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